앤디 I 뉴욕 '이태원 포차' 대표



E.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뉴욕 32가, 한인 타운에서 이태원포차 라는 코리안 요식업을 운영하고 있는 앤디(Andy)라고 합니다. 저는 뉴욕 맨하탄의 32가에서 다양한 자영업을 했었어요, 시행착오와 경험을 거치면서 현재 이태원포차로 정착 운영하고 있어요. 사는 곳도 가게에서 도보 거리로 이사하여 완벽하게 요식업 비즈니스에 몰두하고 있는 사업가입니다. 취미로는 제가 기르는 강아지 산책을 하는 일이고요. 항상 긍정적으로 세상을 바라보자는 마인드로 하루하루를 열고 있습니다.

 

 




E. 한인 타운(32가)에서 포차를 운영한다고 하셨는데, 대략 설명 부탁드려요

포차의 이름이 이태원 포차에요. 일종의 코리안 스타일 라운지 펍이죠. 2016년도에 한국에 20년 만에 처음 나왔었어요. 이태원이라는 곳에 지인을 통해 왔었는데, 보면서 한국에도 이렇게 이국적인 분위기가 있는 곳이 있다는 것이 인상적이었어요. 독특하게 느껴졌죠. 제가 생각했던 한국의 이미지와는 무척 달랐죠.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고 있는 이태원의 매력에 흠뻑 빠졌어요. 미국에 다시 돌아와 신규 사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방문 했던 이태원의 문화를 나만의 방식으로 조그맣게 담아보고자 하는 의도로 이태원 포차를 오픈하게 되었죠.

 이태원의 문화는 정말 독특해요. 당시만 해도 한인 타운에서 오픈하는 요식업들은 거의 한국인들 위주로의 한국에 가까운 음식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현지 미국인들의 입맛에 맞게 어느 정도 맛이나 모양을 변형하여 판매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두 가지의 패턴이 있었는데, 이태원이라는 문화에서 저만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솔루션을 찾은 것 같아요. 

한국적이면서, 이들이 보아도 이국적일 수 있는 친숙하면서도 낯설고, 흥미로운 문화가 살아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죠. 그러한 공간의 컨셉으로 포차가 마음에 들었어요. 정겹고 뜨거운 분위기가 살아있는 것 같았거든요. 그러한 실내 포장마차를 미국에 제안 해보고 싶었어요. 여러 다양한 인종과 연령이 포차라는 문화 안에 함께 뒤섞여 어우러지는 것들이 무척 재미있었어요.

 영업 초반에는 한류도 없었고, 이러한 문화의 문을 열고 들어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주로 한국 유학생을 상대로 장사를 했어야 했죠. 그래서 한국인 직원을 최소화 하고, 다른 인종의 직원을 고용했어요. 그리고 이들의 지인들을 비롯하여 다양한 손님을 단골로 만들었죠. 그러면서 서서히 글로벌해졌어요. 대박까지는 아니고 장사가 잘 유지되는 상황이었는데, BTS를 비롯해 한류의 열풍이 커지고 이태원 클래스라는 드라마가 넷플릭스에 올라오면서 운이 좋게 예약이 안 되는 가게가 되었죠. 코로나 기간 동안 침체가 있었지만, 정부의 지원으로 잘 버틸 수 있었고, 요즈음에는 다시 살아나서 다른 주나 국가에서도 찾아오는 명소가 되었어요. 이렇게 인터네셔널한 가게가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죠.

 





E. 미국에서 F&B 요식업을 하는 건 어떤 가요? / 뉴욕에서 비즈니스를 하면서 힘든 부분은 무엇 일까요?

한국에서 요식업 사업을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비교 하는 건 어렵네요. 다만 비즈니스의 특성은 국가와는 상관이 없는 것 같아요. 한국이라고 해서 무엇이 좋고, 미국이라고 해서 무엇이 좋다 라기보다, 그 상황들을 빠르게 판단하고 이해해서 그에 맞게 저의 액션을 하는 것이 사업가의 일이라고 생각하죠. 저도 네 번 정도의 실패를 했고, 지금도 운 좋게 가게 운영이 잘 되고 있지만, 여전히 불안함이 있어요. 실패를 통해서 값비싼 수업료를 지불했다고 생각해요. 다양한 상황별 실패 요인을 연구하고, 고민했던 시간들이 저에겐 교과서가 된 것 같아요. 뉴욕에서 비즈니스를 하면서 힘든 부분은 한국과 비슷할 것 같아요. 다만 반대로 편한 부분이 있다면, 직원들의 팁 문화에요. 자신이 하는 태도와 서비스에 따라 손님으로부터 팁을 받는 문화가 있기 때문에, 제가 직원들의 매너나 비즈니스 교육을 따로 하지 않아도 스스로가 최선을 다해요. 저도 어린 시절에 겪었던 일이었는데, 그 문화가 자본주의적이라는 비판적 시각이 있을 수 있으나 한국인들은 이해 할 수 없는 주인의식을 갖게 했었어요. 한국의 직원은 약간 공장의 직원 같은 인상을 받았다면 미국은 자신이 일하는 가게에 대해 애정이 있고, 그 애정 하는 가게의 직원이라는 것에서 상당한 자긍심과 자신감이 있어요. 물론 문화가 그렇다는거지 모든 직원이 다 훌륭할 수는 없어요.  그리고 뉴욕에서의 한국인들의 삶은 무척 치열했어요. 지금도 물론 그렇지만요. 그렇기 때문에 타지에서 같은 한국인에게 뒤통수를 맞거나 배신을 당하는 일이 가장 상처가 되었어요. 미국에 사는 한국 사람들은 모두 공감하겠지만, 그 순간이 미국이 무섭고 외로워져요.

 

 

 

 

<이태원포차>는 2017년 8월에 오픈하여 계속 활발하게 운영하고 있어요.

주소 : 28 W 32nd St. Fl 2. New York, NY 10001. Koreatown, Midtown West

전화번호 : (212) 967-2228  / Instargram: @itaewonnyc / 영업시간 : 17:00-02:00 / 비건 메뉴 가능


 + AndyS_ 제일 잘나가는 메뉴는 떡볶이랑 치킨, 부대찌개가 잘나가요. 김치파전도 주문이 많고요. 

   주로 소주와 함께 먹는데 반응이 좋아요. 요즈음에는 한국 손님은 거의 5% 나머지는 모두 외국인이나 여행객들이 많아요.

 


E. 뉴욕에서의 삶을 선택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1990년도 7월 7일 온 가족이 이주하게 되었어요. 한국인이신 부모님들이 자녀 교육을 위해 미국으로의 이민을 결심하셨죠. 저는 당시 초등학교 6학년이었는데, 어쩌다보니 졸업도 못하고 미국에 와서 바로 중학교로 진학을 했네요. 영어도 모르고 문화도 모르는데 고생했죠. 당시엔 인종차별도 지금보다 심했고요. 화장실 가는 것조차 누군가에게 물어보지 못했어요. 뉴욕에서의 삶은 제 선택은 아니었어요. 다만 살다 보니 이 곳이 저의 터전이 되었네요. 다른 곳에서는 못 살아요.

 

 

 


E. 뉴욕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가 있다면 어디신지?

아무래도 뉴욕이라면 맨하탄이 좋죠. 모든 것들이 모여 있는 곳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전 세계의 수도라고들 말 하죠. 한국은 동네마다의 문화가 다르다면, 맨하탄은 블록(거리)마다 문화가 달라요. 역사적인 것도 있고, 새로운 것도 있고, 어수선한 것들도 있죠. 마치 종합캔디 같죠. 항상 바쁜 도시이다 보니 심심할 일도 없고, 늘 에너지가 넘쳐요. 저는 맨하탄에서도 아무래도 한인 타운이 제일 좋아요. 집도 그 동네이고 가게도 그 쪽에 있어서 그런가 마음도 편하고 제 동네, 아니 제 거리 같아요. 한국 사람들에 대한 호감도가 미국 내에서 상승하면서 세계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듯한 뿌듯함도 있고, 자부심도 커요. 어릴 때에는 동양인이라는 이유로 인종차별이 심했거든요. 지금도 물론 여전히 인종차별에 대한 이슈가 있긴 하지만, 많이 달라진 것도 사실이에요. 한인 타운 거리의 얼굴도 문화와 인식의 변화에 따라 달라지죠. 예전에는 타지에서 적응 하는 한국인들이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찾는 골목이었다면, 요즈음에는 한국의 문화를 접하러 오는 골목의 성향이 커졌어요.

 

이 골목에 와서 K콘텐츠도 접하고, 한국 음식도 맛보고, 한국의 문화를 접해보려는 시도이죠. 덧붙여 저희 포차라는 공간의 역할로 그렇게 오는 사람들을 연결해주고 소통시켜주는 장을 만들어 주는 것 같아 무척 기쁘고 뿌듯해요. 나름 저도 애국 일을 하고 있어요.

 

 



E. 일하면서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처음 한인 타운에 가게를 오픈하려고 했을 때, 주변의 색안경이 힘들었어요. 특히 한인 타운에 오래 계셨던 분들은 제가 시도하려는 방향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컸고, 이해해주지 못하시는 부분도 있었어요. 하지만 3년 정도 꾸준히 제가 가려는 목적을 향해 묵묵히 나아가다 보니 저를  이해해주시고, 마음을 열어 주시더라고요.  가벼운 마음으로 들어온 장사꾼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신 것 같아요. 이제는 행사가 있거나 무슨 일이 있을 때면 항상 저를 불러주셔요. 인정을 받으려고 한 건 아니었지만 이러한 분위기가 뿌듯하기도 하고 기분이 좋아요. 가끔 젊은 손님들이 저에게 와서 롤 모델이라고 하기도 하는데, 말이라도 너무 감사하죠.

 

 

 

E. 팬대믹 이후로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팬대믹을 겪으면서 자영업을 하는 사람에게 힘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죠. 50년의 역사를 가진 레스토랑도 문을 닫는 상황이었으니까요. 세금혜택이나 정부 지원 시스템의 규제가 잘 되어 있긴 하지만, 손님의 방문으로 에너지를 얻고 살아가는 저 같은 사람들에게는 기가 죽는 일임이 분명했어요. 다만, 더 멀리 혹은 더 많이 보려고 저의 시야를 확장할수록 저 자신은 볼 수 없다는 것을 알게 해준 시간이기도 했죠. 저를 보는 것도 시야의 확장 중의 하나가 될 수 있겠더라고요.

 

그래서 혼자 시간도 보내고, 반려견도 기르면서 다양한 생각도 하고, 혼자 울어보기도 하고 정화의 시간을 보낸 것 같아요. 성격도 자연스럽게 바뀌었어요. 저를 보는 것으로의 시야가 확장 된 후로 더 밝아진 것 같아요. 어쩌면 이전보다 더 순수해졌을지도 몰라요. 그저 저와 제가 대화를 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이 달라질 수 있죠.

 

순수함이라는 것이 눈의 방향이라고 할 수 있다면, 방향만 바꾸어주어도 빠르게 순수해질 수 있을 거에요. 확실히 맑아짐을 느꼈는데, 마음도 차분해지고, 욕망과 욕심, 의도가 줄어들어요. 알 수 없는 평온함에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직감의 힘이 강해져요. 이렇게만 살면 저는 확실히 좋은 사람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되었어요. 길거리에 쓰레기도 줍고, 무단 횡단을 하는 사람에게 소리를 치기도 했어요. 누군가 해야 한다면 제가 해야 할 것 같다는 사명감을 받았죠. 저에게 상처를 주었거나 관계가 좋지 않았던 사람들도 모두 용서했어요. 세상을 향해서 조금은 다른 저로 살아가게 되었죠. 이 태도는 제가 다시 태어나게 하는 것 같았는데, 이 과정을 통해서 제 자신의 순수성을 느낀 것 같아요. 순수해지면 세상을 살기 어려울 것 같지만, 지금 제가 느끼는 것이 순수함이라면 이렇게 살고 싶어요. 순수함과 따뜻함을 가지고 살아간다면, 다른 삶이 부럽게 느껴지지 않아요.

 

 




E. 뉴욕에서 앤디(Andy)님이 추천하는 레스토랑이 있다면?

이미 많이 알려진 곳인데 ‘세라베스’라는 곳을 추천해요. 브런치를 먹고 센트럴 파크에서 자연의 여유를 누리는 건 하나의 코스에요. 혼자 가기에도 무척 좋아요. 흥미로운 사람들도 많이 오고, 단골과 관광객이 뒤섞여 있죠. 따뜻한 햇살을 보기 위한 좋은 워밍업으로 좋은 시간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저는 다른 곳보다는 세라베스로 추천해요.

 

 




E. 앞으로의 꿈이나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건강하게 남들에게 피해 주지 않으며 즐겁게 살아가는 것이 목표에요. 돈도 많이 벌면 좋겠지만 그것이 저의 최종적 목표는 아니에요. 앞서 얘기 했듯이 순수함과 따뜻함, 나눔의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 삶의 방향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를 통해 단 한명이라도 순수함과 따뜻함이 되살아난다면 기쁠 것 같아요.


 



E. 뉴욕에서의 현재 한인 타운은 어떤가요?

한창 뜨거워요. 그야말로 절정을 겪고 있는 것 같아요. 다양한 인종이 뒤섞여 미국이라는 땅에서 한국의 문화를 함께 경험하고 있죠. 예약하지 않으면 들어가지 못하는 가게도 많아요. 한국이 세계적으로 얼마나 위상이 높은가를 확실히 느끼고 있죠. 그 덕분에 저도 가게를 잘 운영하고 있고요.

 




E. 직원들과의 관계는? 

직원들과 갈등은 전혀 없어요. 친구처럼 지내요. 저도 서버부터 일을 해봤기 때문에 공감도 잘 이루어지고요. 직원들이 밝고 편안하게 즐겁게 일하면서 전해지는 것을 보았기 때문에 그 분위기에 충실하려고 노력해요. 잔소리를 하지 않고 기다려요. 손님과 함께 어울리는 것을 요구하죠. 저는 주급을 주지만 보스는 손님이에요. 팁 문화가 있으니까요. 그러다보니 주인의식을 갖고 열심히 잘 하더라고요. 그런 문화가 참 좋아요. 미국이라는 나라의 문화죠.

 

 




Itaewon Pocha NY : 28W W 32nd St 2nd Fl, New York, NY 10001, United States

instargram : @itaewonnyc





해당 인터뷰는 BUTTON UP MAGAZINE 의 첫번째 주제인 '순수함' 에 대한 인터뷰 내용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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