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진 셰프 I 엘뷸리 레스토랑 최초의 한국인



E.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요리하는 일을 사랑하는 ‘베카 프리미엄 델리샵’의 대표이자 크리에이티브 쉐프 황선진입니다.



E. 쉐프로 오래 일해 오셨다고 하셨는데, 어떻게 쉐프가 되셨는지, 해외로의 일은 어떻게 나가게 되셨는지, 어떤 어려움이 있으셨는지 궁금합니다.

처음엔 디자인을 공부했어요. 고등학교 3학년까지 개인지도까지 받고 최선을 다해서 공부했는데, 어쩌다 조소의 매력에 빠져서 전공을 바꾸게 되었죠. 조소라는 분야가 좀 더 세상의 트랜드보다 저에 대한 탐구가 이루어져야 하는 부분이 있고, 그런 저와 대중 사이에서의 교감을 무척 흥미롭게 느껴졌었거든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조소과 교수님이 되고 싶다는 꿈이 생기면서 미국으로의 유학을 결심했죠. 부모님께서는 순수예술을 전공하는 것보다 인테리어 쪽을 제안하셨어요. 그래서 인테리어 디자인 관련 공부를 하려고 알아보던 중, 요리를 보게 되었는데 무언가 저의 길일 것 같았어요. 더구나 요리를 공부하면 밥은 확실히 굶지 않을 수 있다고 판단했고요. 이 일을 하면 부모님께 지원 받지 않고, 칼 한 자루로 전 세계를 다닐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전 세계를 다니면서 모든 미술관을 다 다녀보고 싶었던 순수한 소녀였죠.

그렇게 요리를 배우러 미국에 있는 대학으로 들어가게 되었어요. 기본기도 부족하고, 아는 것도 많이 없어서 칼질부터 하나씩 배워나갔죠. 무급 요리사로도 오래 일했어요. 제가 어릴 때에만 해도 돈을 안주고 여러 가지 실무를 배울 수 있는 소중한 기회라고 생각했던 게 일반적이었기에 그렇게 억울하게 느껴지진 않아요. 그 시간의 열정과 고난, 갈등이 저를 단단하게 해준 건 확실하거든요. 생각해보면 그 당시에는 인종차별에 성차별도 요즘에 비해 심했었는데, 어떻게 버텼는지 저도 의문이네요. (웃음) 하루는 방과 후에 인턴으로 갔다가 접시만 닦고 오기도 했고요, 노숙을 하는 일도 빈번했죠. 보스톤 옆 동네에서 공부를 했었는데, 버스를 타고 학교를 가는 시간이 편도만 2시간 반 정도가 걸렸던 것 같아요. 버스가 운행하지 않으면 집에 갈 수가 없어서 화장실 같은 곳에서 그림을 그리다 잠드는 노숙을 자주 했죠. 그런 과거의 저에게 미안하기도 하지만, 그런 시간에서 저는 간절함과 굳건함이 생긴 것 같아요. 어떠한 궂은일도 다 이겨낼 수 있는 후천적 강인함이 생긴 것 같아요.  




E. 하셨던 일과 경험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 해주시겠어요?

일은 학교를 다닐 때부터 했어요. 학생일 때 보스톤 근처의 레스팔리에라는 레스토랑에서 일했었어요. 그 곳에서 많은 것들을 배워서 운이 좋게 스페인에 있는 미쉐린 3스타 레스토랑인 엘뷸리로 갈 수 있었죠.

 

 엘뷸리라는 레스토랑은 분자요리가 특화된 레스토랑이에요. 아직도 한국에서 분자요리는 생소하죠. 저는 분자요리에 대한 관심이 큰 편은 아니었는데, 한인 선배 중에 한 분이 세상 저편에 있는 별 세 개인 레스토랑이 있다는 말에 호기심이 생겨서 분자요리에 대해서도 공부하고, 무작정 지원하게 되었죠. 제가 그 당시 할 수 있는 일이 부지런함 뿐이라 아침에 일어나면 이력서를 보내고, 학교에 도착하면 다시 보내고, 점심시간에 다시 보내고, 방과 후에 우체국에 가서 등기로 또 보냈어요. 그렇게 며칠간 노력하다 보니 회신이 왔어요. 그렇게 엘뷸리 레스토랑에서 일을 하게 되었죠. 아마 미술과 디자인을 공부했던 경력이 합격에 영향을 준 것 같아요. 너무 신이 났죠.

 

 엘뷸리 레스토랑의 메뉴는 시기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최소 25코스에요. 거품인 수프도 있고요, 솜사탕이 정규 메뉴에 있기도 해요. 분자요리는 화학과 물리로 접근한 요리에요. 당시에는 특이하고 재미있는 퍼포먼스였죠. 음식계의 서커스나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 같은 느낌이었죠. 현재는 폐업을 해서 더 이상 운영되진 않아요. 하지만 엘뷸리 레스토랑이 세계적으로 커다란 영향을 미친 것은 사실이에요.   


* 엘뷸리 레스토랑(El Bulli Restaurant), Carrer de Cala Montjoi s/n 17480 Roses Girona Spain (폐쇄된 상태) : 엘뷸리 레스토랑은 스페인의 카탈루냐 지역에 위치했던 세계적으로 유명한 레스토랑으로 동명의 해변에 위치해 있었다. 이 레스토랑은 세계적인 요리사인 페런 아드리아(Ferran Adria)가 운영하였으며, 혁신적이고 실험적인 요리로 유명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엘뷸리 레스토랑은 1961년에 개업하였으나, 1980년대 후반부터 페렌 아드리아의 요리 연구와 실험에 의해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되었다. 페런 아드리아는 현대적인 분자 가스트로노미(Molecular Gastronomy)를 발전시키고, 먹는 것에 대한 관점을 혁신적으로 바꾸는 요리를 창조하여, 다양한 테크닉과 재료를 사용한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를 통해 전통적인 요리의 경계를 뛰어넘는 독특하고 창의적인 요리를 선보였다. 엘뷸리 레스토랑은 시즌 형식으로 운영되었는데, 매년 6월부터 12월까지 약 6개월 동안만 문을 열었다. 예약이 매우 어려워 수년에 걸쳐 예약을 하기도 힘들었던 곳으로 유명하다. 엘뷸리 레스토랑은 2011년 폐쇄되었으나, 그 동안의 혁신적인 요리와 창의적인 테이스팅 메뉴들은 세계적인 요리사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현재는 엘뷸리 재단(El Bulli Foundation)을 통해 요리 연구와 창의적인 요리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 분자요리 : 식품과 과학적인 원리를 결합하여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요리 기법을 사용하는 요리스타일. 이는 주로 화학, 물리학, 생물학 등의 원리와 도구를 사용하여 음식의 맛, 질감, 외관 등을 개선하는 것을 목표한다. 분자요리는 현대적인 요리에 과학적인 원리를 도입하는 것으로, 요리사들이 새로운 요리 경험과 실험을 할 수 있는 창조적인 방식을 제공한다.


일단 스페인이 보스턴에 비해 날씨가 따뜻해서 좋았어요. 하지만 나라에서 행사가 있거나 축제가 있으면 20시간도 넘게 일을 시키는 경우도 있어요. 일을 하느라 관광도 제대로 해보지 못하고, 놀아보지 못해서 좀 아쉽죠. 한번은 강도를 맞아서 죽을 위기를 넘기기도 했고, 여권 빼고 모두 빼앗긴 경험도 있죠. 엘뷸리라는 이력이 저에게는 무척 좋은 기반이 되었어요. 이후 ‘더 팻덕’이라는 영국의 분자요리 레스토랑의 전문 요리사로 취업을 하게 되었어요.

더 팻덕 (The Fat Duck)은 영국 런던 근처 버크셔의 브레이에 위치한 세계적인 레스토랑이다. 1995년 셰프 헤스턴 블루먼탈(heston Blumenthal)에 의해 창업되었으며, 혁신적인 요리 스타일과 과학적인 접근 방식을 통해 세계적 레스토랑으로 알려질 수 있었다.


너무 좋은 기회라는 생각에 들떠있었지만, 비자문제로 일을 하지 못했어요. 이후 시카고에 있는 알리냐(Alain Ducasse)라는 레스토랑에서 일하게 되었어요. 프렌치 퀴진과 분자요리가 섞여 있는 고급 레스토랑이었어요. 겉으로 보기엔 멋지고 대단해 보이겠지만, 일이 너무 많아서 퇴근을 하면 직원들이 벽을 잡고 기어 나와야 했어요. (웃음) 이 곳에서도 많은 것도 배우게 되었고, 유럽의 문화와 미국의 문화에 대한 이해와 함께 저의 아이덴티티에 대해서도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알리냐 (Alian Ducasse) 레스토랑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프랑스의 셰프이자 레스토랑 그룹인 알리나 인터네셔널 (Alian Ducasse International)의 브랜드로 알려져 있다. ‘알레 드뮈르’는 미쉐린 가이드에서 최고의 3성(3 Michelin Stars)를 보유한 프랑스 요리의 세계적인 아이콘 중 하나로 꼽히는 유명 셰프이다. 알리냐 레스토랑은 세계 각지에 다양한 지점을 보유하고 있으며, 고급 요리와 프랑스 요리의 전통을 기반으로 현대적이고 창의적인 요리를 선보인다. 알리냐의 요리 스타일은 고품질의 식재료, 정교한 조리 기술, 정밀한 조리법, 그리고 예술적인 접근 방식이 결합된 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알리냐 레스토랑의 메뉴는 계절에 따라 변화하며, 다양한 코스로 구성되어 있다. 예를 들면, 전채, 메인, 디저트 등이 포함된 멀티코스디너가 제공되며, 매우 정교하고 고 퀄리티의 식재료와 조리법이 사용된다.


알리냐 레스토랑에서의 일을 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몰입과 집중력이 필요해요. 단 하나의 오차가 있어도 안돼요. 디테일과 세심함이 생명이었거든요. 사실 그런 과정에서 일을 마치면 긴장이 풀려 벽을 잡고 나왔던 것 같아요. 긴장의 고조 속에서 숨도 쉬지 않고 만드는 경우가 많죠. 그런데 안타깝게 손가락이 잘리는 부상을 입게 되면서 어쩔 수 없이 그만 두게 되었어요. 회복하면서 친구가 이제는 마음 편한 곳으로 가서 일을 하자고 제안을 해서 덴마크에 가게 되었어요. 아무래도 북유럽이고 평화로울 것 같아서요. 덴마크에서 일하게 된 레스토랑은 노마라는 레스토랑이에요. 노마(Noma)는 미쉐린 가이드에서 미쉐린 스타(Michelin Star)를 가장 오래 유지한 레스토랑 중 하나에요. 운이 좋게 일할 수 있었는데, 제안했던 친구는 덴마크로 온 뒤 금방 사라졌어요.

노마(Noma) - Strandgade 93, 1401 코펜하겐, 덴마크

 덴마크의 코펜하겐에 위치한 세계적으로 유명한 레스토랑이다. 2003년에 셰프 레네 레즈피(Rene Redzpi)에 의해 설립되었으며, 덴마크 요리와 덴마크 식재료에 대한 혁신적인 접근으로 세계적 인지도를 얻었다. 노마 레스토랑은 자연과의 조화, 지역 식재료, 계절에 따른 메뉴 등의 철학을 바탕으로 현대적이고 진보적인 요리를 선보였다. 레네 레즈피는 노마의 메뉴를 구성할 때, 디너 코스에 대한 독특한 관점과 철학을 바탕으로 다양한 덴마크 식재료를 활용하며, 창의적인 기술과 현대적인 요리 기법을 활용했다. 노마 레스토랑은 2007년부터 2016년까지 연속적으로 미쉐린 2스타를 유지했다. 미쉐린 스타를 가장 오래 유지한 레스토랑으로도 유명하다. 2017년 2월 28일에 폐쇄했다가 2020년 2월 24일 코펜하겐의 푸드월차트 지구 내에서 재오픈되었다.


대략 1년 정도 일하고 저도 그만 두었어요. 나라는 평온하지만 부엌은 어느 나라나 평온할 수 없더라고요. 일의 양도 많고, 긴장상태와 트라우마도 살짝 있었고요. 많이 지쳤던 것 같아요. 그래서 고국인 한국으로 돌아오게 되었어요. 한국에 온 뒤로는 다양한 컨설팅도 하고, 요리 일이나 연구도 하고 있고요. 현재는 대치동에서 샌드위치 베이스의 베카 프리미엄 델리라는 곳을 운영하고 있어요.

* 베카 프리미엄 델리 – 서울특별시 강남구 역삼로 521

 블루리본에서 인정한 강남의 샌드위치 맛집으로 유명하다. 베카프리미엄 델리는 일반 소비자뿐만 아니라, 식당, 호텔, 외식업체 등을 비롯한 프로페셔널들에게도 많은 인기를 얻고 있으며, 고품질의 식자재와 서비스를 제공한다. 영업시간은 오전 10시 반부터 저녁 7시까지 이면 매주 일요일과 월요일은 정기휴무이다.




E. 여성 쉐프로 일하는 것에 어려움은 없으신지, 사건 같은 게 있으셨는지 궁금합니다.

당연히 많죠. 여성이라서 힘든 건 아니었고요, 사람들이 여성이라고 인지해서 힘들었어요. 여자는 힘도 없고, 하는 일의 범위도 작을 거라고 생각하는 게 당시엔 보통이었죠. 뭐 여성 남성에 대해서 인권을 얘기할 겨를이나 억울함을 주장할 수는 없었고요. 그저 살아남기 위해서 남성 직원이 한 번에 옮기는 것을 저는 두 번을 빠르게 옮기거나, 남성 직원들이 할 수 없는 부분의 일들을 찾고 영역의 입지를 다졌던 것 같아요. 그리고 남녀의 차이를 크게 두지 않았죠. 엘뷸리 레스토랑에서 일할 때에는 덤으로 저는 학생 신분이었거든요. 어린 티를 내지 않고 하려고 애 많이 썼죠. 말하면서 떠올랐는데, 여성의 테이스트가 남성의 테이스트에 비해 둔해서 요리하는 게 쉽지 않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요. 세계적 셰프들은 남성인 경우가 많았고요. 그 말이 과학적으로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화낼 틈도 없어요. 그저 그럴 수 있는 확률이 있다면 더 노력해야한다는 생각밖에 없죠. 그리고 오히려 한국에서 남녀를 가르는 경우가 많아요. 예전에 중식을 배워보고 싶었는데, 여자는 뽑지 않는다고 해서 들어가 보지도 못했죠. 그리고 한국은 여자라고 봐주는 경우도 많아요. 그런 태도가 저에게는 차별처럼 느껴져요.




E. 추구하시는 요리 방향이 있다면 어떤 걸까요?

요리를 한 장르로 보다 넓게 보는 편이에요. 특히 공간으로부터 영감을 많이 얻는 편이에요. 전 세계를 다니면서 좋은 곳도 많이 보고,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그런 철학도 생긴 것 같아요. 어떤 공간이나 장소에서 내뿜는 에너지를 요리로 풀어내는 것을 저의 전공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예를 들어 울릉도라면 파도의 소리와 바람의 소리, 그로인해 스쳐가는 향에서 영감을 얻어 풀 향이 나면서 파도소리를 연출할 수 있는 튀김 류를 만들거나 공간과 조화롭게 어우러질 수 있는 관통이미지로 생각하죠. 테이블로 오는 과정에서 미세한 향의 접촉성이라던가 재료의 재질감, 대략적으로 예상하는 씹는 횟수나 텍스쳐, 수분감등의 밸런스를 고려하여 멋진 퍼포먼스를 연출하겠죠. 문화 중의 하나로 먹는 것이 아닌, 먹는 것 자체가 문화가 될 수 있겠죠. 그런 요리의 완성도를 꿈꾸는 것을 저의 중장기적 방향으로 보고 있어요.




E. 현재 운영 중인 베카프리미엄델리 레스토랑의 코어를 샌드위치로 잡은 이유가 무엇인가요.

간단하게 사람들이 먹을 수 있는 것을 만들고 싶었어요. 인건비를 줄이면서 가성비 좋은 무언가를 만들고 싶었는데, 샌드위치를 선택하게 되었어요. 샌드위치에 집중하는 셰프들은 많지 않아서 저도 궁금한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셰프라고 좋은 음식만 먹진 않아요. 샌드위치를 자주 먹는데, 먹을 때마다 프리미엄 샌드위치는 없을까 고민을 했죠. 제가 조미료를 먹으면 복통이 있는 편이어서 저와 비슷한 사람이나 어린 아이들이 먹어도 되는 안전하고 건강한 샌드위치이자 맛도 있는 샌드위치를 만들고 싶었어요. 또한 파인다이닝의 헤드 셰프를 생각하지 않았고, 대중적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먹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어요. 컨셉은 행복하고 건강한 음식을 선물하는 거에요. 요리사로의 저는 항상 날이 서있고 예민한데, 베카는 보다 편안하고 인간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것 같았어요. 저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선택이었죠. 간혹 저의 샌드위치를 먹고 편지를 보내주시는 분들도 있어요. 한번은 휘귀병을 앓고 계신 환자분이 고맙다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었고, 그 외에도 다양한 분들이 응원과 감사의 내용을 쪽지로 보내주기도 했죠. 그럴 때 가장 기쁘고 보람차요.




E. 체력 관리는 어떻게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PT 트레이닝을 받고 있어요. 목과 허리 디스크 때문에 도수치료를 받았었는데, 요즘에는 도수치료대신 운동을 더 하고 있어요. 그리고 계속 아팠던 다리도 운동을 통해서 조금은 극복하고 있는 것 같아요. 하루에 한시간은 필수적으로 운동을 하는데, 그러면 에너지가 리프레시되어 세컨 라운드를 뛸 수도 있다는 사실이 너무 행복하죠.




E. 한국(서울)에서 추천하는 레스토랑이 있다면 어디가 있나요?

‘온지음’ 이라는 레스토랑이에요. 종로구에 위치한 한식 레스토랑이에요. 레스토랑의 비주얼을 넘어 철학이 담겨 있는 레스토랑이에요. 가격대는 좀 있는 편이에요. 처음의 3코스까지는 내가 왜 이 돈을 내야할까 의아한데, 그 이후로는 추상화의 안으로 들어가는 것 같아요. 감각적이면서 경험적이죠. 저에게는 배를 채운다는 것 이상의 예술적 경험이었어요. 먹는 것으로 그러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놀랍죠.

*온지음 레스토랑 – 서울 종로구 효자로 49 4층

 ‘온지음’ 레스토랑은 2013년 6월, 화동문화재단 부설 전통문화연구소로서 처음 문을 연 이래, 우리 전통문화에 담긴 가치와 정신을 계승하고 이를 현대화 하여 올바른 내일의 유산을 만들어가는 일에 매진하고 있다고 한다. 보다 전문성 있게 각 분야의 교육과 연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우리 전통 문화를 의,식,주로 나누어 한 지붕 아래 세 개의 공방을 만들었다고 한다. ‘옷공방’, ‘맛공방’, ‘집공방’ 각각의 공방에서는 맡은 분야별로 활발한 연구와 실행은 물론 상호교류와 소통을 통해 선조들의 품격 있는 문화가 후손들의 일상과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도록 다양하고 새로운 결과물들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한다. (홈페이지 참조)

 



E. 새로 떠오르는 셰프 꿈나무들에게 해주시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시다면 ?

 (웃음) 생각보다 요리사가 요리를 즐기는 경우가 드물어요. 저는 요리를 하는 것이 무척 즐거워요. 각자 요리를 하는 이유가 다르겠지만, 다른 걸 떠나서 요리를 하는 순간을 즐기는 사람이 되면 좋겠어요. 아무리 힘든 시간이나 스트레스, 속상함, 체력의 고갈이 있더라도 그 무게를 초월할 수 있는 힘이 즐기는 에너지에서 나왔던 것 같거든요. 압박이나 고민이 많은 시기는 항상 있어요. 그럴 때마다 조급해하지 않고, 요리를 즐겨보시는 시간을 제안해요.




E. 앞으로의 꿈이나 목표가 무엇일까요?

일단은 해외로 베카를 진출 확장시키는 게 꿈이에요. 팝업 스토어 같은 것도 많이 해보고 싶고요. 칼 한 자루로 세계를 다니면서 돈을 쓰고 배웠으니, 이제는 돈을 벌어보자는 목표를 가지게 되었네요. 그리고 각 국가의 색과 문화를 입힌 국가별 브랜드 베카를 만들어 보는 것이 꿈이에요. 인스퍼레이션에 예민한 편이고, 무언가 떠올라서 신나게 요리를 연구하고 만드는 것을 상상하면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하죠. 내년에는 일본이나 미국에 진출해볼 계획을 하고 있어요. 한 판 외국에서 놀아 보아야죠. 콘텐츠처럼 만들어서 진행해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이전에 짜파구리 샌드위치를 개발한 적 이 있었는데, 각 국가별로 그런 재미있는 메뉴들을 만들고 콘텐츠화해서 오프라인 매장과 함께 가는 거죠.




E. 한국에서 요식업을 한다는 것은 어떤 가요?

많은 자영업자들이 그럴 것이고 기사로도 많이 나오고 있지만 골치 아픈 일들이 꽤 있어요. 알아야 하는 것들도 많고, 해야 하는 일들도 많고, 많든 적든 직원을 다루어야 하는 일도 있고, 서비스 형태도 빠른 속도로 바뀌어가고 있으니까요. 더구나 저희 영업장 같은 경우, 가게의 위치가 좋은 편은 아니어서 인지도가 쌓이고 자리를 잡아 나가는 게 쉽지 않았어요. 운도 필요하고, 요리 외의 다른 경험이나 센스도 필요하죠. 모르는 것들을 하나씩 해나가고, 하나씩 알아가고, 그러면서 직원도 함께 성장하면서 매출도 오르는 것을 보면 무척 뿌듯해요. 마치 연인을 좋아하는 것만큼의 감정을 느끼는 것 같아요. 

 

저 같은 경우에는 장사보다는 제가 하고 싶은 요리의 연습실이 꼭 필요했었어요. 어느 정도 회전만 되면, 제가 해보고 싶었던 것들이나 새롭게 떠오르는 요리들을 만들어보고 테스트해보는 것이죠. 그걸 마케팅 포인트로 한 것은 아니었지만, 손님들의 시선에서는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연구하면서 샌드위치도 함께 파는 곳이라고 알려지는 것도 입소문에 도움이 되었던 것 같아요. 저는 과거에 살아오면서 특별한 인복은 저에게 주어지지 않았다고 생각했어요. 특히 타지에서 인복은 관대하지 않은 경우가 많거든요. 그런데 한국에서 일을 하면서 사람에 대한 불편함의 커튼이 조금 열린 것 같아요. 이제 누군가를 보면 반가운 감정도 느끼고, 그 감정을 통해서 밝은 에너지도 생겨요. 도와주려는 지인들도 많았고, 단골손님들도 무척 따뜻해요. 한국에서 요식업을 한다는 것은 저로써는 무척 활기차고, 재생적인 의미이자 꿈인 것 같아요.




E. 요즘 포커스는 무엇인가요?

요리가 제 삶이라서 요리밖에 말할 것이 없네요. 사실 오늘도 그 고민만 했거든요. 요즘은 바비큐에 포커스를 두고 있어요. 어떻게 나만의 해석으로 재탄생을 해볼까. 내가 제안하는 바비큐는 어떤 형태가 있을까. 바비큐가 가진 이야기와 무드는 무엇일까 고민도 하고 그림도 그리고, 직접 손으로 만지며 만들어보기도 해요. 

이 전의 포커스는 연어인데, 직접 연어를 배송시켜 손질하여 건강한 방식으로 훈제도 만들고, 샌드위치도 만들고 다양한 도전도 하죠. 바비큐와 연어, 그 두 가지의 식재료의 풍부한 가능성이 저에게 포커스에 있네요. 얼마 전에 미각이 사라져서 무척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돌아와서 감사함을 느끼고 더 매진해 보려 구요. 머릿속에는 메뉴 개발로 가득 차있거든요.




E. 나에게 요리란?

숨이죠. 들이 마시고, 내뱉는 것. 인풋과 아웃풋이기도 하고요. 그 리듬감과 함께 그림을 그리는 일 같기도 해요.




E. 콜라보레이션 계획은 없나요?

기회가 닿는다면 미술작가와 해보고 싶어요. 음악과도 콜라보를 해보는 시도를 하고 싶고요. 제가 생각하기에 음식은 조소와 비슷한 면이 많아요. 후각과 시각, 청각, 촉각 등 모는 감각이 살아 움직일 수 있는 퍼포먼스적인 결과물이죠. 그 동안 없었던 장르를 개척하기 위해 다양한 아트의 분야와 만나는 것은 필연적인 일이에요. 움직이는 예술과도 콜라보레이션을 해보고 싶어요. 멈추어 있는 요리가 아닌 움직이고 있는 요리의 결과물을 통해 시간성과 현재성을 나타내고, 순간의 소중함을 1차적 미각으로부터 다양한 감각으로 전달될 수 있게 말이죠. 

 

또한 혀에도 기억이 담겨있기 때문에 아름다운 추억이나 그리운 누군가를 기억하게 할 수도 있는데, 아티스트와의 협업을 통하면 서로의 장점으로 과연 가능할까 싶은 막연함을 현실로 만들 수 있겠죠. 생각만 해도 아름답지 않나요? 바람에 흔들리는 것과 흔들려지지 않는 것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쉽게 흔들리는 것과,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것이 입안에서 어떻게 사연을 전달하는 지, 혹은 시원한 강물 속에 풍덩 다이빙을 하지 않고도 그와 비슷한 기분을 줄 수도 있을지도 재미있을 것 같고요.

 




E.  아이디어를 생각해둔 것들이 더 있다면 몇 가지만 공유해주세요.

신화에서 영감을 받아 무대를 형상화한 요리가 있어요. 고대 신화 같은 신화가 아닌, 예전 보이그룹이었던 신화요. 제가 어렸을 때엔 무척 대단했었던 그룹이에요. 팬심에서 만든 무대를 형상화한 요리였는데, 접시에 스피커도 달려있고, 오렌지 모양을 그릇 위에 두었다가 부수면 안에서 연기가 나오고 멤버들이 등장하죠. 콘서트에서의 포그머신이나 무대 효과를 저만의 방법으로 귀엽게 표현했죠.

 

 * 보이그룹 신화 : 신화는 대한민국의 남성 아이돌 그룹으로, 1998년에 데뷔하여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는 최장수 아이돌 그룹 중 하나이다. 신화는 SM 엔터테인먼트에서 데뷔했지만, 2003년 계약 만료 후 신화 멤버들은 자유 아티스트로서 신화 컴퍼니를 설립하여 활동을 이어나갔다. 히트곡으로는 “Brand New”, “Perfect Man” 등이 있으며 대한민국 음악시장에서 오랫동안 사랑받아왔다.



Instagram : @becca_premium_deli






해당 인터뷰는 BUTTON UP MAGAZINE 의 첫번째 주제인 '순수함' 에 대한 인터뷰 내용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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