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20년 가까이 무대에서 활동했고, 최근 2년 전부터 방송 및 스크린 매체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배우 ‘무현’입니다. ‘김남호’라는 이름으로 주로 뮤지컬 분야에서 활동을 많이 하다가, 얼마 전부터 ‘무현’이라는 이름으로 개명하여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으로 경계를 넘나드는 작업을 이어 나가고 있습니다.
E. 어떻게 현재의 일을 시작하게 되셨는지, 어떤 작업을 이어오셨는지 궁금합니다.
어릴 때부터 춤과 노래를 워낙 좋아했던 저의 꿈은 연예인이었어요. 제가 좋아하는 것들을 기반으로 자연스럽게 뮤지컬 전공을 하게 되면서 뮤지컬로 데뷔하였고, 현재까지는 장르를 넘나드는 배우로 벌써 21년 차 활동하고 있네요. 인생의 첫 오디션이었던 작품이 ‘맘마미아’ 한국 초연이었는데, 운이 좋게 합격하면서 무대에 첫발을 올리게 되었어요. 훌륭한 선배님 들게 많이 배우기도 하고, 무대에 대한 꿈을 키우면서 저를 발전시키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이후 ‘김종욱 찾기’ , ‘사운드 오브 뮤직’, ‘넌센스’ 등과 같은 작품 들을 출연했고, 그 밖에 크고 작은 다양한 뮤지컬, 연극 작품에 참여했어요. 최근에는 매체 쪽에서 주로 활동하고 있는데, 잘 알려진 작품인 ‘더 글로리’와 ‘파친코’에 출연했어요. 감사하게 큰 작품 들을 할 수 있었죠.
E. 얼마 전 화제작이었던 더 글로리에 출연하신 것에 대한 간단한 소감 부탁해요.
이 전에는 나름대로 활동도 열심히 하고, 좋은 평도 받았지만, 저를 알아보는 사람들은 많이 없었어요. 그런데 ‘더 글로리’라는 작품을 통해서 큰 역할이 아니었음에도, 저를 알아봐 주는 문들이 많아졌어요. 본 작품을 통해서 매체의 힘을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죠. 이전과는 다른 보람도 있고 배우로서의 행복함도 느껴지더라고요. 우선 ‘김은숙’ 작가님과 ‘안길호’ 감독님의 작업에 함께한 것 자체가 감동이자 감사함이 크죠. 배우로 그런 분들과 함께 작업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까 말까 한데, 작은 역할이나마 함께 할 수 있음에 너무 소중하고 감사하죠. 나름 큰 작업이기 때문에 걱정도 많고, 부담도 있었어요. 무대 연기를 카메라 앞에서 하고 있다는 소리를 들을까 봐 걱정했는데, 제가 시도하는 연기를 보시면서 너무 좋다고 피드백을 해주셔서 마음 편하게 연기에 임할 수 있었어요. ‘더 글로리’ 작품은 저에게 많은 것들을 배우고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었죠.
E. 무대 연기와 방송 연기는 크게 차이가 있을까요?
연기 자체가 다르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다만 ‘얼마나 더 감정과 표현을 증폭해서 갈 것인가?’와 ‘얼마나 세심하게 끌고 갈 것인가’의 차이인 것 같아요. 화가 날 때의 상황을 예로 들어 보자면, 누군가는 불같이 화를 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최대한 삭히면서 조곤조곤 화를 내는 사람이 있지요. 그러나 두 사람은 분명 공통적으로 화가 난 상태는 맞죠. 이렇듯 연기는 결국 같다고 생각해요.
E. 에디터인 제가 암기를 잘 못하는 편이어서 개인적인 궁금함이에요. 대사를 잘 외우시는 편인가요?
원래는 정말 잘 외웠어요. 잘 외우는 배우 대회가 있다면, 1등을 할 자신도 있었죠. 하지만 요즘에는 잘 외워지지 않더라고요. 왜 그럴까를 분석했는데, 일차적으로는 나이가 들었고(웃음), 어린 나이에 다작하면서 이미 너무 소모된 건 아닐까 생각되기도 했죠. 비교적 집중이 잘 안되고, 암기력을 다 사용해버린 건 아닌가 불안하기도 했어요. 또 다른 분석은, 무대 연기의 경우에는 대본을 통으로 상대 배우와 함께 연습하면서 호흡하고, 자연스럽게 외워지는 흐름이 있었던 반면에 매체 연기는 혼자 이루어내야 하는 부분 들이 많아요. 이러한 부분에서 제가 느끼는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E. 무현 배우 님께 가장 자신감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요?
울적한 질문이네요. (웃음) 어릴 때라면 뭐가 없어도 자신감이 있었는데, 지금은 뭐가 있어도 자신감이 많이 줄어드네요. 그런데도 내세울 수 있는 장점이 하나 있다면 긍정의 힘이에요. 긍정적인 에너지와 많은 생각들은 저에게서 떼려야 뗄 수 없어요. 일화로 코로나 팬데믹 이전에는 주로 일본에서 활동을 많이 했어요. 활동의 90% 이상이 일본이었죠. 하지만 팬데믹 이후로는 설 수 있는 무대나 환경이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한국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죠. 배우로서 저에게 가장 힘든 시기였어요. 좌절도 하고, 직업 전환을 고민하게 될 수밖에 없었지만, 그런데도 긍정적인 마인드를 통해서 배우의 일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 꿈꿀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도 다시 해보자는 생각과 기회가 올 것이라는 믿음이 저를 버틸 수 있는 원동력이 되게 해주었죠. 너무 낙관적 사고일 수 있지만, 그런 긍정성이 지금의 저를 만들어준 것 같아요.
E. 연기를 하면서 나 자신이 사라지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나요?
자주 있죠. 예전에 감초 역할을 잘 소화했었어요. 그런 역할을 성공적으로 해내면서 다양한 찬사와 인정을 받게 되었는데, 문제는 그런 비슷한 캐릭터로 17년 정도를 지속하게 되면서 피로함을 느꼈죠. 제가 좋아하는 연기이긴 하지만, 전혀 다른 역할도 해보고 싶었고, 스펙트럼도 넓어지고 싶었거든요. (몽키 : 어떤 역할 들을 위주로 했었나요?) 주로 사이코패스라던가, 감정적인 역할이었어요. 어느 순간부터는 그런 역할을 하는 것이 재미가 없어지더니, 할 의욕과 에너지도 사라져가는 것 같았죠. 너무 어떤 역할만 하다 보면 저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줄어드는 건 사실이에요. 진짜 저의 얼굴이 사라질 수도 있고요. 그래서 ‘배우를 그만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들면서 돌연 일본으로 떠나게 되었거든요. 만약 일본에 정착하면서 배우가 아닌 다른 일이 찾아지면 환승하려는 계획도 있었죠. 그런데 계속 배우 일을 하고 있네요.
E. 준비 중인 작품이 있으시다면 알려주세요.
얼마 전까지 계속 작품 촬영을 했어요. 무대 작품은 1년에 하나에서 두 개 정도만 하려고 계획하고 있는데, 작품명을 밝힐 수는 없지만, 연말에 좋은 작품으로 찾아뵐 것 같아요. 1년 반 만에 대학로에서 찾아뵐 수 있을 것 같아 설레네요.
E. 팬 층이 꽤 있으시던데요. 팬 관리는 어떻게 하시나요?
사실 별다른 특별한 관리법은 없어요. 그저 진심으로 감사함을 표현하죠. 제가 뭐라고 콘서트를 열면 보러 와주시고, 뮤지컬을 하면 항상 찾아주세요. 드라마도 다 챙겨봐 주시고요. 너무 감사하죠. 저는 정말 과분하게 느껴져요. 지인이라고 해도 일부러 전부를 찾아보기는 쉽지 않잖아요. 그 일을 10년 이상 함께 해주시는 팬들이 꽤 많은데, 그런 마음을 진심으로 감사해했더니, 팬과 배우의 관계보다 사람과 사람의 감정이 교류되는 것 같더라고요. ‘관리’라기보다는 태도로 서로 연결되고 소통하는 것 같네요.
E. 좋아하는 배우나, 좋아하는 작품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진선규’ 배우를 존경해요. 무대에서 오래 활동했었던 배우에요. 지금은 너무 멋진 배우로 자리 잡았죠. 잘 되었을 때, 실력으로도 인성으로도 누구 하나 태클을 걸 수 없었죠. 주변에서는 모두가 인정하고 잘 될 거라고 믿었어요. 모두가 자신들의 기쁨인 것처럼 기뻐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저도 저런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럴 수 있는 배우들이 생각보다 많지 않거든요.
좋아하는 작품이라 한다면, 공연에서는 늘 ‘왕세자 실종사건’을 말해요. 제가 참여했던 작품이긴 한데, 뜨거웠다는 표현이 맞을까요. 드라마를 말하자면 ‘디어 마이 프랜즈’ 라는 작품이 좋았어요. 배우이다 보니 배우 관점에서 작품을 보게 되는데, ‘연기를 분석해서 하는 게 맞나?’라는 생각을 할 수 있었어요. 마치 원래의 본인들인 것처럼 보여졌죠. 그때 ‘연기란 저렇게 하는 거구나’라는 것을 배웠어요. 그리고 얼마 전에 참여했던 ‘더 글로리’라는 작품도 좋아요. 제가 출연을 한 것도 있지만, 그걸 빼더라도 짜임새나 이야기 구성력이 정말 대단해요. 그 자체에서 작가님에 대한 존경이 절로 생기더군요.
E. 앞으로의 꿈이나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뭔가 멋진 말을 하고 싶은데, 현실적인 말을 뱉게 되네요. 매체에서는 오디션 자체를 보는 기회도 쉽지 않아요. 저처럼 회사 없이 배우로 활동하면, 기회가 오는 일이 쉽지 않죠.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오디션이 없어도 섭외로 작품을 할 수 있는 날이 오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 저에게는 가장 가까운 목표에요. 그렇게 한 발짝씩 나아가다 보면 좋은 결과가 있겠죠.
E. 연기자를 준비하는 어린 꿈나무에게 해주고 싶으신 말이 있으시다면 무엇일까요?
레퍼토리 같은 대답이 있죠. 너무 힘든 직업이니 잘 생각해보라는 말이죠. 하지 말라는 메시지는 아니지만 신중할 것을 말하고 싶어요. 팬데믹 동안 배우로서 바닥을 쳐보기도 했고, 그런데도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제가 정말 좋아하는 일이기 때문이었어요. 그리고 정말 후회 없이 혼신을 다하여 노력하라는 말도 덧붙이고 싶어요. 이렇게 20년 이상 지속해서 활동한 배우나 20년 이상 자신의 분야를 하셨던 분들은 모두 공감하시겠지만, 버틴다는 것이 쉽지 않잖아요. 버틸 수 있는 힘은 최선의 노력으로부터 오는 것 같아요. 시작점에서의 마음과 노력으로 20년을 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E. 그렇다면 팬데믹동안 어떻게 버티셨나요.
각종 아르바이트를 했죠. 오토바이로 배달 일도 했고요. 차 운전도 했고요. 호텔 세탁실에서 일도 했고, 행사 스텝도 했죠. 몸이 부서져라 일 하면서, 이게 맞나 하는 생각도 많았죠. 가장으로써 가정을 지키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도 있었고요. 그럴 때마다 아내가 ‘저 같은 사람이 배우를 하지 않는다면, 누가 배우를 하느냐’는 말을 해주어요. 그 말에 힘들어도 잘 버티면서 다양한 일들로 시간을 보냈네요. 결국은 아내의 힘으로 버틸 수 있었네요. (웃음) 아내에게 항상 고맙고 미안하죠.
“ 일을 할 때 무척 행복해요. ”
Instagram : @canmoohyun
해당 인터뷰는 BUTTON UP MAGAZINE 의 첫번째 주제인 '순수함' 에 대한 인터뷰 내용의 일부입니다.
무현 배우가 생각하는 '순수함'이 궁금하시다면 ISSUE 카테고리에서 확인해보세요.
E.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20년 가까이 무대에서 활동했고, 최근 2년 전부터 방송 및 스크린 매체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배우 ‘무현’입니다. ‘김남호’라는 이름으로 주로 뮤지컬 분야에서 활동을 많이 하다가, 얼마 전부터 ‘무현’이라는 이름으로 개명하여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으로 경계를 넘나드는 작업을 이어 나가고 있습니다.
E. 어떻게 현재의 일을 시작하게 되셨는지, 어떤 작업을 이어오셨는지 궁금합니다.
어릴 때부터 춤과 노래를 워낙 좋아했던 저의 꿈은 연예인이었어요. 제가 좋아하는 것들을 기반으로 자연스럽게 뮤지컬 전공을 하게 되면서 뮤지컬로 데뷔하였고, 현재까지는 장르를 넘나드는 배우로 벌써 21년 차 활동하고 있네요. 인생의 첫 오디션이었던 작품이 ‘맘마미아’ 한국 초연이었는데, 운이 좋게 합격하면서 무대에 첫발을 올리게 되었어요. 훌륭한 선배님 들게 많이 배우기도 하고, 무대에 대한 꿈을 키우면서 저를 발전시키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이후 ‘김종욱 찾기’ , ‘사운드 오브 뮤직’, ‘넌센스’ 등과 같은 작품 들을 출연했고, 그 밖에 크고 작은 다양한 뮤지컬, 연극 작품에 참여했어요. 최근에는 매체 쪽에서 주로 활동하고 있는데, 잘 알려진 작품인 ‘더 글로리’와 ‘파친코’에 출연했어요. 감사하게 큰 작품 들을 할 수 있었죠.
E. 얼마 전 화제작이었던 더 글로리에 출연하신 것에 대한 간단한 소감 부탁해요.
이 전에는 나름대로 활동도 열심히 하고, 좋은 평도 받았지만, 저를 알아보는 사람들은 많이 없었어요. 그런데 ‘더 글로리’라는 작품을 통해서 큰 역할이 아니었음에도, 저를 알아봐 주는 문들이 많아졌어요. 본 작품을 통해서 매체의 힘을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죠. 이전과는 다른 보람도 있고 배우로서의 행복함도 느껴지더라고요. 우선 ‘김은숙’ 작가님과 ‘안길호’ 감독님의 작업에 함께한 것 자체가 감동이자 감사함이 크죠. 배우로 그런 분들과 함께 작업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까 말까 한데, 작은 역할이나마 함께 할 수 있음에 너무 소중하고 감사하죠. 나름 큰 작업이기 때문에 걱정도 많고, 부담도 있었어요. 무대 연기를 카메라 앞에서 하고 있다는 소리를 들을까 봐 걱정했는데, 제가 시도하는 연기를 보시면서 너무 좋다고 피드백을 해주셔서 마음 편하게 연기에 임할 수 있었어요. ‘더 글로리’ 작품은 저에게 많은 것들을 배우고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었죠.
E. 무대 연기와 방송 연기는 크게 차이가 있을까요?
연기 자체가 다르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다만 ‘얼마나 더 감정과 표현을 증폭해서 갈 것인가?’와 ‘얼마나 세심하게 끌고 갈 것인가’의 차이인 것 같아요. 화가 날 때의 상황을 예로 들어 보자면, 누군가는 불같이 화를 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최대한 삭히면서 조곤조곤 화를 내는 사람이 있지요. 그러나 두 사람은 분명 공통적으로 화가 난 상태는 맞죠. 이렇듯 연기는 결국 같다고 생각해요.
E. 에디터인 제가 암기를 잘 못하는 편이어서 개인적인 궁금함이에요. 대사를 잘 외우시는 편인가요?
원래는 정말 잘 외웠어요. 잘 외우는 배우 대회가 있다면, 1등을 할 자신도 있었죠. 하지만 요즘에는 잘 외워지지 않더라고요. 왜 그럴까를 분석했는데, 일차적으로는 나이가 들었고(웃음), 어린 나이에 다작하면서 이미 너무 소모된 건 아닐까 생각되기도 했죠. 비교적 집중이 잘 안되고, 암기력을 다 사용해버린 건 아닌가 불안하기도 했어요. 또 다른 분석은, 무대 연기의 경우에는 대본을 통으로 상대 배우와 함께 연습하면서 호흡하고, 자연스럽게 외워지는 흐름이 있었던 반면에 매체 연기는 혼자 이루어내야 하는 부분 들이 많아요. 이러한 부분에서 제가 느끼는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E. 무현 배우 님께 가장 자신감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요?
울적한 질문이네요. (웃음) 어릴 때라면 뭐가 없어도 자신감이 있었는데, 지금은 뭐가 있어도 자신감이 많이 줄어드네요. 그런데도 내세울 수 있는 장점이 하나 있다면 긍정의 힘이에요. 긍정적인 에너지와 많은 생각들은 저에게서 떼려야 뗄 수 없어요. 일화로 코로나 팬데믹 이전에는 주로 일본에서 활동을 많이 했어요. 활동의 90% 이상이 일본이었죠. 하지만 팬데믹 이후로는 설 수 있는 무대나 환경이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한국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죠. 배우로서 저에게 가장 힘든 시기였어요. 좌절도 하고, 직업 전환을 고민하게 될 수밖에 없었지만, 그런데도 긍정적인 마인드를 통해서 배우의 일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 꿈꿀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도 다시 해보자는 생각과 기회가 올 것이라는 믿음이 저를 버틸 수 있는 원동력이 되게 해주었죠. 너무 낙관적 사고일 수 있지만, 그런 긍정성이 지금의 저를 만들어준 것 같아요.
E. 연기를 하면서 나 자신이 사라지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나요?
자주 있죠. 예전에 감초 역할을 잘 소화했었어요. 그런 역할을 성공적으로 해내면서 다양한 찬사와 인정을 받게 되었는데, 문제는 그런 비슷한 캐릭터로 17년 정도를 지속하게 되면서 피로함을 느꼈죠. 제가 좋아하는 연기이긴 하지만, 전혀 다른 역할도 해보고 싶었고, 스펙트럼도 넓어지고 싶었거든요. (몽키 : 어떤 역할 들을 위주로 했었나요?) 주로 사이코패스라던가, 감정적인 역할이었어요. 어느 순간부터는 그런 역할을 하는 것이 재미가 없어지더니, 할 의욕과 에너지도 사라져가는 것 같았죠. 너무 어떤 역할만 하다 보면 저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줄어드는 건 사실이에요. 진짜 저의 얼굴이 사라질 수도 있고요. 그래서 ‘배우를 그만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들면서 돌연 일본으로 떠나게 되었거든요. 만약 일본에 정착하면서 배우가 아닌 다른 일이 찾아지면 환승하려는 계획도 있었죠. 그런데 계속 배우 일을 하고 있네요.
E. 준비 중인 작품이 있으시다면 알려주세요.
얼마 전까지 계속 작품 촬영을 했어요. 무대 작품은 1년에 하나에서 두 개 정도만 하려고 계획하고 있는데, 작품명을 밝힐 수는 없지만, 연말에 좋은 작품으로 찾아뵐 것 같아요. 1년 반 만에 대학로에서 찾아뵐 수 있을 것 같아 설레네요.
E. 팬 층이 꽤 있으시던데요. 팬 관리는 어떻게 하시나요?
사실 별다른 특별한 관리법은 없어요. 그저 진심으로 감사함을 표현하죠. 제가 뭐라고 콘서트를 열면 보러 와주시고, 뮤지컬을 하면 항상 찾아주세요. 드라마도 다 챙겨봐 주시고요. 너무 감사하죠. 저는 정말 과분하게 느껴져요. 지인이라고 해도 일부러 전부를 찾아보기는 쉽지 않잖아요. 그 일을 10년 이상 함께 해주시는 팬들이 꽤 많은데, 그런 마음을 진심으로 감사해했더니, 팬과 배우의 관계보다 사람과 사람의 감정이 교류되는 것 같더라고요. ‘관리’라기보다는 태도로 서로 연결되고 소통하는 것 같네요.
E. 좋아하는 배우나, 좋아하는 작품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진선규’ 배우를 존경해요. 무대에서 오래 활동했었던 배우에요. 지금은 너무 멋진 배우로 자리 잡았죠. 잘 되었을 때, 실력으로도 인성으로도 누구 하나 태클을 걸 수 없었죠. 주변에서는 모두가 인정하고 잘 될 거라고 믿었어요. 모두가 자신들의 기쁨인 것처럼 기뻐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저도 저런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럴 수 있는 배우들이 생각보다 많지 않거든요.
E. 앞으로의 꿈이나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뭔가 멋진 말을 하고 싶은데, 현실적인 말을 뱉게 되네요. 매체에서는 오디션 자체를 보는 기회도 쉽지 않아요. 저처럼 회사 없이 배우로 활동하면, 기회가 오는 일이 쉽지 않죠.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오디션이 없어도 섭외로 작품을 할 수 있는 날이 오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 저에게는 가장 가까운 목표에요. 그렇게 한 발짝씩 나아가다 보면 좋은 결과가 있겠죠.
E. 연기자를 준비하는 어린 꿈나무에게 해주고 싶으신 말이 있으시다면 무엇일까요?
레퍼토리 같은 대답이 있죠. 너무 힘든 직업이니 잘 생각해보라는 말이죠. 하지 말라는 메시지는 아니지만 신중할 것을 말하고 싶어요. 팬데믹 동안 배우로서 바닥을 쳐보기도 했고, 그런데도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제가 정말 좋아하는 일이기 때문이었어요. 그리고 정말 후회 없이 혼신을 다하여 노력하라는 말도 덧붙이고 싶어요. 이렇게 20년 이상 지속해서 활동한 배우나 20년 이상 자신의 분야를 하셨던 분들은 모두 공감하시겠지만, 버틴다는 것이 쉽지 않잖아요. 버틸 수 있는 힘은 최선의 노력으로부터 오는 것 같아요. 시작점에서의 마음과 노력으로 20년을 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E. 그렇다면 팬데믹동안 어떻게 버티셨나요.
각종 아르바이트를 했죠. 오토바이로 배달 일도 했고요. 차 운전도 했고요. 호텔 세탁실에서 일도 했고, 행사 스텝도 했죠. 몸이 부서져라 일 하면서, 이게 맞나 하는 생각도 많았죠. 가장으로써 가정을 지키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도 있었고요. 그럴 때마다 아내가 ‘저 같은 사람이 배우를 하지 않는다면, 누가 배우를 하느냐’는 말을 해주어요. 그 말에 힘들어도 잘 버티면서 다양한 일들로 시간을 보냈네요. 결국은 아내의 힘으로 버틸 수 있었네요. (웃음) 아내에게 항상 고맙고 미안하죠.
“ 일을 할 때 무척 행복해요. ”
Instagram : @canmoohyun
해당 인터뷰는 BUTTON UP MAGAZINE 의 첫번째 주제인 '순수함' 에 대한 인터뷰 내용의 일부입니다.
무현 배우가 생각하는 '순수함'이 궁금하시다면 ISSUE 카테고리에서 확인해보세요.